봄여행-함허정의 봄날, 심광형과 김인후의 만남
- 작성일
- 2025.12.18 00:37
- 등록자
- 나종화
- 조회수
- 12
첨부파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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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과 유채꽃이 핀 섬진강변의 정자
함허정(涵虛亭)을 찾았습니다.
과수원에 하얗게 핀 배꽃 너머로 서 있는 정자가 더욱 운치있게 보였어요.
함허정 아래 둔치에는 노란 유채꽃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지요.
함허정 마루에 앉아 이 정자를 맨 처음 지은 심광형 선생이 만났을 봄을 생각했어요.
심광형 선생은 세종대왕비 소현왕후의 일가라서 과거 없이 음서로
벼슬에 나갈 수 있었던 금수저였고, 학문도 출중했지만
굳이 은둔 선비로 남길 원했어요.
지금의 제호정 고택 자리에 군지촌 정사(君子村 精舍)라는 기숙형 학숙을 짓고
진사시와 생원시에 합격한 선비들을 가르쳤다고 해요.
요즘으로 따지면 전문대학원이나 다름없었죠.
옛 선비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경서(經書)를 읽는 것 외에도
자연과 몰아일체(物我一體) 하는 풍류(風流) 또한 중요한 공부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군지촌정사 언덕에 정자를 짓고,
‘텅 빈 충만함을 담는다’는 뜻의 함허정(涵虛亭)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함허정의 첫 손님, 하서 김인후
함허정이 완공되던 바로 그해 (1544년 1월, 중종 39년, 하서 김인후 선생이 옥과현감으로 부임했습니다.
김인후 선생은 촉망받는 관리이자 뛰어난 학자로서 세자의 스승인 보덕(輔德)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중종에게 기묘사화 때 죽은 조광조 등의 신원 회복을 상소했다가 훈구파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스스로 요청하여 벼슬이 한참 낮은 옥과현감으로 내려왔던 것입니다.
심광형 선생과 김인후 선생은 동갑이고 호남의 천재로 알려진 분들이라 막역하게 교류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김인후는 아마도 함허정의 첫 손님이었을 것입니다.
지역 유지들과 나누는 향음례(鄕飮禮)를 옥과 동헌에서 멀리 떨어진
함허정 아래 백사장에서 치른 것만 봐도 두 사람의 얼마나 깊은
학문적 교감을 나누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짧았던 함허정의 봄날과 사림의 부활
심광형 선생 입장에서는 하서와 함께 한 시간이 정말 봄날 같았을 것입니다.
하서의 강론을 듣기 위해 전국에서 선비들이 몰려왔고,
그동안 몰락했던 사림 세력이 꿈틀거리게 된 계기가 되었거든요.
그땐 군지촌정사도 이곳 함허정도 열띤 토론의 열기로 들썩 거렸을 것입니다.
마침 중종이 승하하고 김인후와 뜻을 함께하여 조선을 개혁하기로 약속했던
했던 제자 인종이 등극하자(1544년 11월)
김인후는 부푼 꿈을 안고 한양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새 왕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김인후는 훈구파들의 방해로 인해 왕에게 어떤 탕약을 올리는지도 모르는 채
다시 옥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인종이 승하했다는 비보를 접하지요. (1545년 7월)
그 모든 것들은 일장춘몽(一場春夢)같아서 함허정에도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을 겁니다.
김인후는 식음을 전폐하다가 결국 옥과 현감 자리에서도 물러나
고향 장성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김인후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함허정을 찾았을 때는
심광형이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잠깐 찾아왔던 함허정의 봄은
‘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나
다름없이 돼 버렸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허망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옥과에서 시작된 사림 부활의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40년 이후에 발발한 임진왜란 때, 왕은 도망같지만 전국 도처에서
사림들이 의병을 조직하여 왜군과 맞선 것이 그걸 증명해줍니다.
역사와 아랑곳 하지 않거 제 갈길 가는 대 자연의 흐름!
함허정 마루에 내려 앉은 고운 봄 햇살이 그걸 말해주네요.
■ 여행 팁
최적의 방문 시기: 배꽃이 피는 이른 봄(3월 말~4월 초)과 유채꽃이 만발하는 4월 중순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주변 가볼 만한 곳
- 제호정 고택
-제월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