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춤추는 동화정원 호밀밭
- 작성일
- 2026.08.27 12:21
- 등록자
- 나종화
- 조회수
- 96
첨부파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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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의 여백을 가진 도화지, 동화정원 ]
곡성엔 특이한 이름의 공원이 있습니다.
'동화정원'입니다.
그 이름에 대단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곡성군이 지향하는 관광 콘셉트가 '어린이와 함께하는 곡성 여행'이라는 데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실제로 곡성군은 오래전부터 '동화나라 프로젝트'를 내걸고
기차마을과 읍 시가지, 충의공원 일대를 하나로 잇는 구상을 해왔습니다.
섬진강 기차마을, 섬진강 천문대, 섬진강 도깨비마을,
도림사 오토캠핑리조트의 주요 고객이 모두 어린이와 그 가족입니다.
그런 목적으로 조성된 동화정원에는
아직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하나도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하얀 도화지나 다름없는 상태예요.
약 10만㎡에 이르는 광활한 도화지, 이것이 곡성 동화정원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곡성은 '골짝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산지가 많은 고장입니다.
하지만 동화정원만은 부드러운 구릉지가 완만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히려 곡성을 둘러싼 산들이 동화정원에 멋스러움을 더하는
배경이 돼주고 있습니다.
[ 충의공원과 동화정원의 묘한 어울림 ]
5월 하순, 충의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나무숲 사이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세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비둘기 우는 소리만 구슬프게 들려옵니다.
언덕 꼭대기에는 잘 가꿔진 잔디밭과 함께 높은 깃대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그 아래 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스러져 간 곡성 출신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충의탑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본래 이름은 '충의공원'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탑을 등진 채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동화정원으로 들어섭니다.
아직은 섬진강 기차마을처럼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 아니라서
초여름 오전의 동화정원은 풀벌레 우는 소리 말고는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덕분에 충의탑이 전해주는 경건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과 마주할 수 있었네요.
경건함. 고요함. 차분함. 평화로움….
어떤 여행지에서 이런 느낌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을까요.
[ 춤추는 호밀밭에 울려 퍼진 기타 연주 ]
셔터만 누르면 화보 사진이 연출되는 자갈길을 지나서
동화정원 맨 위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호밀이 한쪽으로 쓸리면서 춤을 추는 광경을
마주합니다.
그 바람결에는 초여름 특유의 향기가 배어 있었어요.
호밀밭 길에 앉아 기타를 치는 젊은 커플을 만났습니다.
그 달콤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멀찌감치에서 기다리며
기타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데, 내 인기척을 눈치챘는지
먼저 인사를 건네더군요.
나름대로 사진작가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자리를 떴습니다.
[ 영화 글래디에이터 라스트 신 같은 풍경 ]
열흘쯤 지난 후 다시 동화정원을 찾았어요.
청보리밭이라고들 하는데 실은 호밀입니다.
5월 초순과 중순에는 짙은 초록색을 보이다가 6월 초순부터는
황금빛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해마다 그 무렵이면 나는 어김없이 동화정원을 찾습니다.
죽어가는 막시무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환상이 펼쳐지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라스트 신 같은 풍경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막시무스가 다 익은 밀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집으로 향하면
그 끝에서 아내와 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죠.
아마도 동화정원의 조경 설계자도 그 장면을 연상한 것 같아요.
동화정원에도 사이프러스를 닮은 침엽수 가로수길이 있습니다.
비장미가 철철 넘치면서도 매혹적인 풍경 속을 거닐며
나도 막시무스 흉내를 내면서 까슬까슬한 호밀을 쓰다듬으며 걸었습니다.
[ 하늘에서 바라보는 동화정원 ]
이번에는 드론을 띄워 상공에서 동화정원을 내려다보았어요.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호밀밭, S자형을 그리는 아름다운 가로수길.
드론을 더 높이 띄우니 동화정원과 충의공원이 손바닥만큼 작게 보이는데
그래도 더욱 아름답습니다.
[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정원 ]
동화정원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어요.
봄에는 초록 호밀 물결이 출렁입니다.
9월과 10월에는 언덕 전체가 주황빛 황화코스모스로 뒤덮이면서
SNS에 수없이 등장한답니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 곡성읍 – 곡성천(뚝방마켓) – 뚝방생태공원 – 동화정원
으로 이어지는 걷기 여행 코스도 꼭 한번 경험해보세요.
곡성역에서 동화정원까지는 15분,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10분만 걸으면
충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어요.
동화정원의 2026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을철 황화코스모스의 향연을 만나보세요.
■ 여행 팁
♣ 계절별 포커스
5월 초순~중순 : 짙은 초록의 호밀
6월 초순~중순 :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호밀
9월~10월 : 황화코스모스와 백일홍
♣ 위치와 주차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묘천2길 11-6 (충의공원 일원)
충의공원 주차장과 장미축제 임시주차장 이용.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
♣ 대중교통 및 섬진강 기차마을과 거리
곡성역 도보 15분
곡성시외버스터미널 도보 10분
섬진강기차마을 도보 15~20분
♣ 준비물
산책로에는 그늘이 없습니다.
모자와 물은 필수, 풀숲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긴바지 착용을 추천합니다.